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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꼬마리 뜯고 또 뜯어도

애(愛)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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采采卷耳/ 不盈頃筐./ 嗟我懷人/ 寘彼周行.
陟彼崔嵬/ 我馬虺隤./我姑酌彼金罍/ 維以不永懷.
陟彼高岡/ 我馬玄黃./ 我姑酌彼兕觥/ 維以不永傷.
陟彼砠矣/ 我馬瘏矣/ 我僕痡矣/ 云何吁矣. 
도꼬마리 뜯고 또 뜯어도,
납작바구니에도 차지 못하네.
아아, 내 그리운 님 생각에,
바구니도 행길 위에 내던지네.

높은 산에라도 오르려 하나,
내 말 병이 났네.
에라, 금잔에 술이나 따라
기나긴 수심 잊어볼까?

돌산에라도 오르려 하나
내 말 병이 났네.
에라, 쇠뿔 잔에 술이나 부어
기나긴 시름 잊어 볼까?

돌산에라도 오르려 하나
내말 지쳐 늘어졌고,
내 하인 발병 났으니
어떻게 하면 그대 있는 곳 바라볼까나?

-이 시의 화자는 ‘권이’(도꼬마리)라는 1년생 풀을 뜯으면서 만날 수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만나기를 갈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원망한다.
도꼬마리를 뜯는 행위는 일종의 여행의 시간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시간 여행은 목적지에 도달해야 함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목적지는 바구니가 차는 것인데, 여전히 채우지 못한 ‘결핍’의 상태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될 수 없다는 다음 연의 상황과 연결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애닯픈 심정은 오히려 분노로 바뀐다. 바구니를 채우려 하지만 채우지 못한 바구니는 여전히 빈 상태로 남아 있다. 그것은 충족되지 못한 사랑의 결핍이다. 결핍은 충족을 원하지만,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은 사랑의 분노를 불러 온다. 2장과 3장도 사랑은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하는데, 그러한 여정은 장애물로 인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행위를 실현하고자 하나 ‘말이 병이나서’ 어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화자는 말을 타고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 떠나야 하는데, 말이 병이 난 것이다. 말의 병남은 곧 화자의 병남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리움은 오히려 망각을 위한 음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하려는 욕망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사랑의 증폭된 감정은 그 목적지를 상실하고, 분노로 분출된다. 애틋한 그리움만 나날이 쌓이고, 만남을 통한 결합의 가능은 사라졌기에 오히려 망각을 위한 도구를 찾는다. 일종의 화풀이의 과정에서 술을 찾고 바구니를 내던지는 과격한 행위가 표출된다.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 <권이(卷耳)>. 
김학주 역저, {시경}, 명문당, 2010.
마르셀 그라네, 신하령·김태완 옮김, {중국 고대 축제와 가요}, 살림, 2005.
김경호, {감성의 유학}, <사랑>, 전남대출판부,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