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이다. 시인이 도달해야 할 이데아로서의 ‘신부’의 이미지는 ‘얼굴을 가리운 채’ 놓여 있다. 이 심연의 세계에 들어서는 길은 시 이외에 달리 없으리라는 것이 김춘수의 생각이다. ‘신부’가 얼굴을 내밀고 우리가 그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은 그 본질을 확연히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순간부터 시는 그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 시는 대상의 표피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므로, 그 뒤에 숨겨진 본질을 드러내주는 언어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춘수의 시적 작업은 이 같은 대상에 대한 시적 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시는 시와 그 주체로서의 자아 사이에 야기되는 자기 내면의 문제, 관념적 대상 또는 세계에 대한 미지 상태의 불안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