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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시

구(懼)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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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가 유고로 남긴 <서시(序詩)>는 시인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고자 한 노력을 보여준 소중한 성과이다. 잎사귀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여린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별을 노래한다고 했다. 님을 찾는다는 것과 하늘을 우러른다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상이 현실이고 현실이 이상이라는 것을, 위대한 것은 사소하고 사소한 것은 위대하다는 것으로 바꾸어 나타냈다.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고결한 정신이 발밑에서 밟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이상과 현실을 동일시하는 것이 결론일 수는 없다. 현실이 암담하기 때문에 이상을 찾아야 한다.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한 말이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한 말과 연결되어 억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별이 바람에 스친다고 하는 데서는 이상이 손상되고 있는 시련을 암시했다. 일제의 식민지 통치가 막바지에 이르러 만행이 더 심해질 때 타협을 거부하고 순교자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을 때 어떠한 부끄러움이 자신을 잠식하는지, 진정 두려운 것은 자아의 내부에 있음을 보여주는 텍스트이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근대문학 제1기], 지식산업사, 2005, 81~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