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이상(李箱)의 <오감도>에 실린 첫 작품 <시 제1호>이다. 이상은 독자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는 시를 썼다. 새롭고 기발한 표현을 개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를 보고 독자가 당황하도록 하는 더 큰 충격을 만들어냈다. 자기 시를 모더니즘이니 무엇이니 하고 해설하지 않았다. 시론을 전혀 쓰지 않아 이해의 통로를 차단했다. 독자를 당황하게 하는 작전을 짜서 작품을 만들어, 무엇을 말하는지 알려고 하면 함정에 빠지도록 했다.
이 시에서 “여남은”이 아니고 13인으로 숫자가 확정되어 있는 아이들이, 예사 길이 아닌 도로를, 그냥 걷지 않고 질주한다고 하고, 도로를 막다른 골목이라고 고쳐 이른 말이 모두 시적 표현에 대한 기대를 뒤집어엎는다. 예사 시처럼 이해하려고 하다가 섬뜩한 충격을 받아 두려움이 생기고, 무언지 몰라 불안해하도록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나타낸 의미이다.(조동일, 2005)
오감도 ‘시 제1호’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에서 오는 대상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를 보여주고 있으며, 반복적으로 다가오는 공포를 표현함으로써 암울한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사회적 상황은 불안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동시대인이 느끼는 공포, 우울의 이미지와 닮아있다.
‘시 제1호’의 시적 어구와 띄어쓰기를 생략한 과감한 시적 표현은 19세기말 암울한 시대적 상황과 20세기 초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기대감이 공존하던 시대에 자아로 눈을 돌려 개인의 내면에 주안점을 두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기존의 예술양식에 반기를 둔 표현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현실과 죽음에 대한 불안, 공포가 자의식 속에 깔려 있던 이상의 시세계에서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이상의 불우한 삶과 식민지 시대의 참혹한 현실이 그려진 ‘시 제1호’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에 대한 두려움을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시적 어구와 띄어쓰기를 무시한 시 형식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상상을 가능하게 해준다.(김종년,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