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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교환가치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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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거리에 유명인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폰 사진기를 들이댄다. 이제 유명인을 ‘실제로 봤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내 이미지로 소유되었다는 것, 내가 그 이미지를 생산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이미지 생산의 민주화는 UCC와 SNS를 통해 ‘셀카’ 이미지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반인들의 자기현시 욕망을 부추기며, 다시 ‘생얼’이니 ‘민낯’이니 하는 호사가들의 언어로 연예인의 ‘참 모습’에 대한 신화를 만든다. ‘참 모습’의 신화와 얽힌 대중들의 자기현시 욕망은 또한 감정의 자기현시 욕망을 동반한다. <나는 가수다>의 청중들이 흘리는 눈물만큼 이러한 감정의 자기현시가 갖는 왜곡된 지점을 보여주는 것도 없을 듯하다. 최고의 가수를 가리는 냉혹한 경쟁의 무대에서 투표권을 가진 현장의 청중평가단이 가수의 ‘슬픈 노래’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이들은 눈물의 관객을 포착하려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의식하며 종종 자기현시적으로 눈물을 보인다) 이를 본 개그맨 진행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이제 우는 분이 나오네요. 우는 분이 나오면 (득표율이) 5% 올라갑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상호주관적(발신자와 수신자의 구분이 모호해진) 미디어 환경을 통해 한줌의 민주주의를 실현시킨다는 점을 온전히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유명인사와 평범한 시민의 페르소나를 절충하고 시청자 다수의 선택을 중시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형식은 한국 사회가 오랜 독재의 시기를 종식시킨 뒤 달성했다고 자부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반영한다. 하지만,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연출되는 눈물의 제의는 개인의 고통과 불행, 슬픔과 눈물을 사물화하여 성공을 향한 자기계발의 기회비용, 곧 자본주의적 교환가치로 환원시킴으로써 ‘실질적’ 민주주의로부터의 아득한 거리를 감추는 동시에 폭로한다. 그 감정 과잉의 제의적 형식은 개인주의적 행복의 강요와 함께 사라져버린 감성공동체의 향수를 자극할 뿐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구별되지 않는 과잉현실의 무대를 바라보며 눈물의 진정성을 측정하고 비평하는 것은 권태로운 일상, 즉 번잡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이제 치유될 수 없는 슬픔을 울고, 거래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것, 미디어로 포착할 수 없는, 소통될 수 없는 슬픔만이 가혹한 현실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감성의 울림일지도 모르겠다. 
 
최유준, <눈물의 교환가치>,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40-241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4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