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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션 프로그램의 눈물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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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중요한 한 가지 포맷으로 자리 잡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눈물의 축제라 할 만하다. 이들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케이블 방송국 Mnet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의 경우 눈물 장면은 거의 매회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핵심적 장치 가운데 하나로 기능한다. 슈스케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최근 방송된 시즌4의 경우 참가자수가 200만을 넘겼다고 한다) 참가자들 대부분을 솎아내어 50~60명의 경쟁력 있는 소수만을 남기는 예선과정과, 다시 여러 가지 경쟁적 미션을 통해 10여 팀의 생방송 출연 팀을 걸러내는 ‘슈퍼위크’ 과정, 그리고 매주 생방송 경연을 통해 한 두 팀을 탈락시켜 최종우승자를 가리는 ‘생방송 경연’ 과정으로 크게 나뉜다. 이들 세 단계에서 연출되는 눈물의 풍경은 각각 다음의 세 가지 형태로 요약된다. ① 불행한 가족사를 드러내는 최루성 눈물(예선의 상황) ② 극한의 경쟁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가책성 눈물(‘슈퍼위크’ 상황) ③ 경쟁 탈락과 배제에 따른 고통의 눈물(생방송 경연의 상황)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 기쁨의 감정과도 기묘하게 섞여 드는 눈물의 여러 유형을 위의 세 가지로만 요약하기는 어렵다. 가령 슈스케 시즌4(이하 ‘슈스케4’)의 참가자 연규성의 경우 위의 세 가지 과정 모두에서 눈물의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예선과정에서는 발성장애가 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난한 인터넷 가수로서의 삶을 사는 그의 모습과 헌신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아내의 사랑 이야기가 눈물 속에서 펼쳐졌다. 슈퍼위크를 거치는 과정에서는 심사위원들의 편법성 구제책으로 생방송 진출자 그룹에 극적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절규에 가까운 그의 눈물이 TV 화면에 포착되었다. 여기서 연규성의 우는 모습은 이른바 ‘악마의 편집’(시청률 제고를 위한 홍보성 편집)을 통해 2주간이나 이어졌는데, 시청자들은 그가 합격의 기쁨 때문에 우는지 탈락의 슬픔 때문에 우는지를 헤아릴 수 없는 상태에서 다음 주 생방송 경연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악의적 편집과 관련한 제작진의 도덕적 책임은 다음 회 생방송 경연에 나타난 그의 모습과 이에 환호하는 청중들의 환호 속에 성공적으로 가려졌다. 연규성은 생방송 첫 번째 무대에서 통과했지만 두 번째 무대에서 탈락했고, 객석에서 묵묵히 그를 응원했던 아내에게 전하는 사랑의 인사와 함께 좀 더 담담한 태도로 눈물을 삼켰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눈물이 종종 처음부터 과장되거나 자기홍보를 위해 연출되는 경우도 있어 보이지만, 슈스케4의 연규성의 경우처럼 시청자들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포착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상 후자의 경우다. 하지만, 눈물의 진정성이 그 리얼함만으로 보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눈물 자체는 있는 그대로의 것일지 모르지만, 그 눈물이 카메라에 포착되고 조각조각 편집되어 방송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전해지는 순간 그 진정성의 상당 부분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상황으로 포장된 연규성의 눈물은 여러 모로 불편한 비인간적 상황을 아울러 보여준다. 특히 예선에서의 경우 그의 눈물은 한 사람(혹은 그의 가족 전체)의 굴곡진 인생사를 슬픔과 불행, 그리고 실패라는 단선적 질서로 요약해 보여준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그의 삶이 과연 불행과 실패로 점철되기만 했을까? 과연 한 사람의 인생을 불행과 실패로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아가 생방송 경연에 극적으로 합류하면서 쏟아낸 그의 눈물은 불행과 실패로 요약된 그의 지난 인생이 성공을 표상하는 두 세 사람의 권위주의적 심사위원들에 의해 구제받는 한 편의 구원의 드라마를 연출해 보여준다. 하지만, 누군가의 실제 인생을 구제할 권한이 이들 심사위원에게 있다는 사실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물론 이것이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일 뿐이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문제인 것이다. 이 눈물의 리얼함이. 요컨대, 오디션 프로그램에 포착된 참가자의 눈물은 리얼하면 리얼할수록 진정성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이데올로기적으로, 다시 말해 기만적으로 변한다. 거기에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의도가, 방송의 이윤추구 방식이, 나아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 사회의 선입견적 판단, 곧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가 효과적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최유준, <눈물의 교환가치>,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31-233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3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