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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노동과 감정 부조화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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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속고 속이는 것’이라는 체념 속에서 대중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것, 이것이 1990년대 이후 대중사회가 봉착한 진정성의 위기다. 대중문화에서의 조작과 기만은 사실상 태생적 조건이기도 했지만, 알고 속는 것과 모르고 속는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총체적 기만의 형국에서 인지 부조화에 상응하는 감정 부조화에 이른 대중들은 진정성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거두어들이는 자기기만의 형태를 선택하게 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그러한 자기기만과 감정 부조화의 산물인 셈이다. 감정 부조화는 서비스 산업의 확산과 이에 따른 이른바 감정 노동의 산물이기도 하다. 서비스 산업의 이윤 추구가 강제하는 감정의 도구화는 일찍이 마르크스가 지적한 노동의 소외와도 같은 감정의 소외를 초래한다. “고객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던지는 텔레비전 광고 속 연예인들의 미소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OECD 국가의 서비스 산업 비중이 72%에 달하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그러한 감정 노동은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손님은 왕’이라는 기치 아래 비행기와 열차 승무원들이, 백화점과 식당의 점원들이, 휴대전화 속 텔레마케터들이 베풀어주는 과잉의 친절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친밀해져서라기보다는 그러한 친절이 노동의 형식으로, 즉 감정 노동이라는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감정 노동자의 편에서 일상화된 감정 노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그러한 감정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스로 ‘고객을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렇게 믿는다고 최면을 거는 것, 나아가 그러한 믿음에 입각하여 리얼하게 연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실제로 감정 노동자이건 아니건, 후기 산업사회의 대중들은 그러한 감정의 연기에 익숙해져 있다. 감정의 교환이 사적인 관계의 층위를 벗어나 상업적 교환 관계의 층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개인의 감정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 도구화되고 상품화된다는 사실, 이 감정 노동의 촘촘한 현실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이로써 현실은 은유의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거대한 연극 무대가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판단은 그것이 얼마나 리얼하게 연기되었는가 하는 일종의 비평적 판단뿐이다. 배우가 자연스럽게 흘리는 눈물이 종종 연기력의 척도가 되듯이, 현실과 비현실이 얽히고설킨 사이코드라마와도 같은 이 감정 노동의 무대에서 리얼하게 연출되는 눈물의 스펙터클이 진정성의 척도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최유준, <눈물의 교환가치>,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29-230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2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