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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25시, 다문화 현장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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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기준 국내 외국인 체류자는 약 140만명.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5%를 상회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주와 다문화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 현장 안에서 잊을만하면 신문의 사회면 기사를 채우는 사건들. “19세의 결혼이주 여성이 갈비뼈 18개가 부러진 채 사체로 발견”, “베트남에서 온 신부 8일 만에 살해”, “몽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 칼에 찔려 사망” “중국 동포와 국제 결혼한 한국인 남편 11살 차 아내 무참히 폭행 살해…” 이토록 끔찍한 현장은 우리가 만나는 또다른 다문화 현장이다. 우리는 폭행과 살해의 위협 안에서 슬퍼하는 우리 안의 타자, 결혼이주 여성들을 만난다.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저 말고 당신을 잘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여자를 만날 기회가 오기를 바래요. 저는 당신이 좋으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을 많은 여자들 중에 함께 서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위는 남편의 폭력으로 사망한 이주 여성이 남편에게 남긴 편지의 일부분이다. 이 여성은 자신과 남편의 삶이 슬프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삶이 슬픈 데는 이들의 결혼이 출발부터 사랑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 사고파는 매매혼에서 비롯되고 있었음을 말한다. 결혼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일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의 간극은 끝내 메워지지 않은 채, 결국 폭력적인 파국을 맞게 되었던 이 여성의 비극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경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여성의 편지는 오늘 다문화의 지붕 아래 모여든 수많은 이주 여성들의 슬픈 신체들의 공통의 언어다. 오늘날 많은 논자들은 한국의 다문화담론이 동화주의, 가부장 중심의 가족주의, 이주민의 타자화와 온정적 대상화의 지형 안에 놓여 있음을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다시 말해 한국사회에서 결혼 이주여성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보다는 국가 지배적 가족 형태와 윤리의 내면화를 강조하는 결과에 다다르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의 나라에 와서 고생하는 불쌍한 사람들의 역경기라는 시혜적 시선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문화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건 25시 다문화현장’에서 우리는 동화주의의 배면에 숨어있는 얼굴을 발견한다. 다름 아닌 차이의 부정과 폭력적 온정을 통해 재구성되는 한국의 다문화주의를 맞닥뜨린다.  
 
문재원, <이주의 유령>,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98-100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98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