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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적끈적한 기억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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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일부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흐릿하게 변한다. 그러나 기억의 또다른 일부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문제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끈적끈적한 기억들이다. 학교가 남긴 그 끈적끈적한 기억을 지우기 위한 방식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김현영, 「옆방의 옆방은 옆방」은 학교의 기억과 이렇게 결별하려 한다. 일단, 학교를 찾아간다. ‘English Zone’으로 바뀌어버린 지 오래된 교사처럼 이미 없어진 장소에 불과한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물건은, 추억은… 없다. 그러므로 한때 그곳에 존재했던 나도 더 이상은 없는 것이다. 지금 없는 것들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불행히도 학교는 아주 많은 부분이 그대로였다.(김현영, 「옆방의 옆방은 옆방」) 학교 주변의 곳곳은 이미 사라졌거나 없어졌다. 장소가 없어졌으니까 그곳에 존재했던 사람도 물건도 추억도 없다. 현재에 없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이다. 상실감은 학교를 그리운 추억 속의 장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생긴 죄의식, 두려움, 불안의 감정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효과를 준다. 그러니까 학교가 주었던 불행한 기억들은 학교가 이미 다른 곳으로 바뀌었으니까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식이다. 그러나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기만의 장소가 되어버린 우천 교실, 그곳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살아 있을 그애를 나는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또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옆방 아이의 픽션 속으로 빨려들어갔었던 그 “극장은 사라졌어도 절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를 절망케 한 그 아이도 여전히 존재한다.”(「옆방의 옆방은 옆방」)  
 
한순미, <지울 수 없는, 학교>,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91-92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91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