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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된 피로감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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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적 근대화의 이행기를 지난 한국사회에는 여전히 성장만능의 성과주의가 횡행한다. 한병철이 <<피로사회>>를 통해 서구 유럽(독일)의 성과사회가 직면한 피로와 우울을 진단하고 있지만, 한국사회는 유럽과 비교할 수 없는 강요된 피로와 강도 높은 우울이 유압 프레스처럼 짓누르고 있다. 강요된 압축 속에 길들여져 있기에 이완과 휴식은 오히려 혼란스럽다.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타인은 협력과 공생을 위한 동반자가 아닌 이겨야할 경쟁자일 뿐이다. 자기착취의 일상에서 우울증과 경계성 성격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병리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성적과 학력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은 공감과 연대를 통한 자기 성취보다는 서열화에 노출되어 있고, 젊은이들은 구직과 먹고 살기 위한 경쟁에 내몰린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 몸을 상품으로 내어 놓고, 노인들은 노년의 삶에 절망한다. 루저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사회 어디에도 사회적 약자나 실패자를 위한 완충지대는 없다.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한국사회는 부끄럽게도 자살 공화국이다. 2012년 대선정국의 대선주자들에게 OECD 국가 중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대책을 물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위험을 조장하는 폭력적인 사회는 자신의 문제를 교묘하게 은폐한다. 위장된 책략에 의해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시킨다. 그래서 개인들은 마치 숙명처럼 상황을 수용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끊임없이 부가한다. 만일 이러할 경우, 악순환은 지속된다. 현 단계,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자살의 추세는 쉽사리 제어될 수 없을 듯하다. 어느 죽음이 슬프지 않으랴마는 애도 받지 못하는 사회적 죽음으로서의 자살은 더욱 비통하다. 사랑하던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할 경우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책감과 죄의식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자신의 일부를 영원히 잃어버린 듯한, 마치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린 듯한 감정 상태를 일으킨다. 그래서 상실감을 수반하는 죽음에서 기인하는 슬픔은 깊고 오래 증폭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죽음이 넘쳐나는 사회는 비통한 사회이다. 슬픈 사회이다.  
 
김경호, <자살 권하는 사회>, <<우리 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58-259쪽.  
정명중 외저, <<우리 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58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