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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히지 않는 고통의 흔적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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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학살을 경험한 <<죄와 속죄의 저편>>의 저자인 장 아메리가 <<자유죽음 - 삶의 존엄과 자살의 선택에 대하여>>을 저술한 후 자살하자, 또 다른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도 10여년 후 스스로 자살한다. 잔혹한 죽음의 행렬에서 귀환했던 그들이지만, 폭력적인 고문의 후유증과 지울 수없는 심리통은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했다. 아메리는 ‘자유죽음의 현상학’이라고 명명한 자신의 저서 <<자유죽음>>에서 ‘자유죽음을 좇는 사람들을 이해’시키 위해 책을 저술하였지만, 그 스스로 ‘자유죽음’을 선택하고 만다. 200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살아남은 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이종남씨가 자살하였다. 5·18 이후 고문의 후유증으로 고통스런 삶을 이어오던 그는 국가폭력의 희생자였으나, 그 폭력으로 인한 자기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폭력의 가혹성은 2007년 기준으로 공식 집계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직접적인 피해자 4,360여 명 가운데 부상 후 사망자 370여 명 중 10.4%인 39명이 자살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파국의 체험’은 살아남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삶을 마감하게 한 것이다. 사망자들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5·18과 같은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깊은 슬픔이 여전히 분노로 지속되는 것은 실제적인 피해자는 있어도 폭력의 직접적 가해자에 대해서 침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부채를 안고 살아간다. 국가폭력에 대한 감시와 방지가 중요하지만 교묘하게 위장된 자본의 폭력 또한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특히 독점 자본과 다국적 자본에 의해 잠식된 한국의 현실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자살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통제할 수 없는 괴물처럼 커져버린 자본은 생존을 담보로 최소한의 삶의 조건마저 박탈한다. 작가 공지영은 <<의자놀이>>에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쌍용자동차 이야기를 쓰노라고 밝히고 있다. 해고와 복직 그리고 또다시 해고라는 자본의 폭력에 상처입은 사람들은 심리통을 호소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에 무감하다. 개발 이익과 눈먼 자본에 내몰린 용산참사의 죽음도 쌍용자동차의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경호, <자살 권하는 사회>, <<우리 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56-258쪽.  
정명중 외저, <<우리 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5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