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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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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마음>>의 저자이기도 한 에드윈 슈나이드먼은 자살을 ‘내적 대화의 결과물’로 파악한다. 자살자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자살을 받아들인다고 주장한다. 짐스러움의 느낌과 좌절된 유대감을 자살의 원인이라고 제기하는 토머스 조이너도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라는 그의 저서에서 슈나이드먼의 주장을 인용하여, “거의 모든 경우 자살은 특정 종류의 고통, 그러니까 내가 심리통이라고 부르는 심리적 고통의 결과로 발생한다. 또한 이 심리통은 좌절되거나 왜곡된 심리적 욕구에서 유래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심리통은 참을 수 없는 강도에 이른 심리적이고 감정적 고통 전반을 의미한다. 이 심리통은 단절된 개인만의 심리적 혹은 상상적 통증이 아니라 뒤르켐의 분석처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생하는 힘의 관점과 연결하여 파악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심리통이라고 하여도 심리통을 유발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기화 되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심리적 감정적 고통의 수위는 모든 개인에게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고통의 강도에는 자기 자신의 현재적 상태에 대한 자기 인식이 수반된다. 특히 자신이 추구하던 욕구가 좌절되거나 자존감을 상실했을 때, 스스로는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평가하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평가적 감정에는 좌절과 자존심의 손상에 대한 분노의 대상을 찾게 되며, 그것이 자기에게로 향할 경우 자기 파괴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자기 자신이 타인에게 유효한 존재가 아니라 짐스런 존재로 전락했음을 느꼈을 때나 자신이 소속되어 있다고 여겼던 가족이나 집단에서 자신이 더 이상 결합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을 때 급격한 감정적 동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안정적으로 지속해왔던 연대감과 지위를 상실하고 사회적 연관을 맺던 타인들과 급격한 단절감을 느끼게 한다. 자기 자신이 더 이상 쓸모없고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우울해진다. 이 우울은 깊은 슬픔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그러한 슬픔은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된다. 슈나이드먼은 심리통과 아울러 치사성(致死性)을 자살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시한다. 치사성은 자기 자신에게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수 있는 ‘습득된 능력’과 연관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치사성은 일종의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폭력을 통한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에게 흔히 발견된다. 폭력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그러한 폭력이 가해질 때 느꼈던 고통과 공포를 자신의 몸에 각인하게 되는데, 각인된 폭력의 흔적은 자기 자신을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치사성의 슬픈 단면은 폭력의 희생자가 폭력의 가해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영향 속에서 파생하는 심리통이나 치사성은 자살경향성을 보이게 되는 두 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이 두 원인은 대부분 결합되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슬픔은 배가 된다.  
 
김경호, <자살 권하는 사회>, <<우리 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254-256쪽.  
정명중 외저, <<우리 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25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