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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그들은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들’일 뿐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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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음악과 춤이 좋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축제를 벌이려 했던 것뿐인데, 학교 선생님은 선재와 그 친구들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린다. 선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기정학이란 말의 뜻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나는 출석과 결석, 우등생과 열등생, 백점과 빵점이 모여 사는 나라의 경계선 밖에 있다. 나는 ‘무기(無期)’로 그 밖에 놓여 있다. 지난 일을 반성할 때는 반성한다 치더라도, 지금 여기가 어디며 내가 누구인지, 이제부터는 무얼 어째야 하는지를 모르는 채 막막하게. 이게 다 ‘무기정학’이란 말의 뜻이다. 나는 그 뜻을 온몸으로 배우고 있다.(최시한, 「반성문을 쓰는 시간」) 반성문을 쓰는 벌을 받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선재는 왜 자신이 무기정학을 받고 죄인이 되어야 하는지가 궁금하다. 선재가 쓴 반성문과 일기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을 규정하는 사회일반의 시선에 대한 촘촘한 분석이 담긴 내적 투쟁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사회, 교사, 학부모는 ‘아이들’이라는 말로 선재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거나 때로 학생이라는 말로 그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강제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렇게 묻고 싶다. “몇 살까지가 어린애고, 언제까지가 준비 기간이란 말이냐.”(「섬에서 지낸 여름」)라고. 위에서 읽은 두 편의 소설이 남긴 통찰을 빌면 아이들이라는 말은 실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똑같은 대상을 다른 뜻으로 규정한다. 9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십대들을 ‘청소년’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에서 청소년으로 그 ‘말’의 모습이 달라졌을 뿐,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들은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들일 뿐이다. 
 
한순미, <지울 수 없는, 학교>,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83-84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8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