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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를 죽이지 마라

애(哀)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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嘉慶庚午之夏。蒼蠅大作。充牣室屋。戢孴蕃息。漫山蔽谷。層構桀閣。曾莫癡凍。酒戶餅市。雲屯雷鬨。耇老歎嗟。指爲怪變。少年發憤。思與搏戰。或設笱筒。使其離罥。或置酖毒。殲以瞑眩。余曰噫嘻。時不可殺。時惟餓莩之轉身。嗟乎。崎嶇而得活。哀去年之大饑。又苦寒之栗烈。因之以瘟疫。承之以剝割。積尸橫路。載顚載連。虆裏被阜。不襚不棺。風薰暑歊。肌肉腐壞。舊淋新瀝。渟滀翳薈。化而爲蛆。萬倍河沙。迺羽迺翼。飛入人家。嗚呼蒼蠅。豈非我類。念爾之生。汪然出淚。於是具飯爲殽。普請來集。傳相報告。是嘬是咂。 
가경(嘉慶 청 인종(淸仁宗)의 연호) 경오년(1810, 순조 10) 여름에 파리가 극성하여 온 집안에 득실거리고 점점 번식하여 산곡(山谷)에까지 만연하였다. 고루거각(高樓巨閣)에서도 일찍이 동사(凍死)하지 않더니 술집과 떡가게에 구름처럼 몰려들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우뢰 같았다. 노인들은 탄식하며 괴변이라 하고, 소년들은 성을 내며 소탕전을 폈다. 그리하여 혹은 구통(笱筒)을 설치하여 거기에 걸려 죽게 하고, 혹은 독약을 쳐서 약기운에 마취되어 전멸하게 하였다. 이에 나는 말하기를, “아! 이는 죽여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이는 굶주려 죽은 자의 전신(轉身)이다. 아! 기구하게 사는 생명이다. 애처롭게도 지난해 큰 기근을 겪고 또 겨울의 혹한을 겪었다. 그로 인해서 염병이 돌게 되었고 게다가 또 다시 가혹한 징수까지 당하여 수많은 시체가 길에 널려 즐비하였고, 그 시체를 버린 들것은 언덕을 덮었다. 수의도 관도 없는 시체에 훈훈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높아지자, 그 피부가 썩어 문드러져 옛 추깃물과 새 추깃물이 고여 엉겨서 그것이 변해 구더기가 되어 항하(恒河)의 모래보다도 만 배나 많았는데, 아! 이 구더기가 날개를 가진 파리로 변해 인가로 날아드는 것이다. 아! 이 파리가 어찌 우리의 유(類)가 아니랴. 너의 생명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이에 음식을 만들어 널리 청해 와 모이게 하니 서로 기별해 모여서 함께 먹도록 하라.” 정약용은 1810년 여름을 전후한 호남지방의 기근으로 인해 백성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굶어서 죽은 백성들을 ‘파리’에 은유하여 당시의 시대상을 고발하고 있다. 슬픈 현실에 분노하게 되는 기막힘이다.  
정약용(丁若鏞),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1』권22, 「조승문弔蠅文」  
정약용(丁若鏞),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1』권22, 「조승문弔蠅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