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략) 어허, 어허! 나는 항양桁楊이 앞에 있고 영해嶺海가 뒤를 따른다 해도 내 마음은 일찍이 흔들려본 적이 없었다오. 지금 막 부인의 상을 당함에야 놀라 헤매며 피하고만 싶어 괴로우니 이 마음 부여잡아 붙들어 맬 곳도 없으니, 도대체 이는 무슨 까닭인가요. 어허, 어허! 무릇 사람에게 모두 죽음이 있다 해도 오직 부인에게 죽음이 있어서는 아니 되는 것을. 죽음이 있어서는 아니 됨에도 죽음이라니. 그래 죽어서 지극한 슬픔과 더 없는 원한을 품어 장차 내뿜으면 그것이 무지개가 되고 맺히면 우박이 되는 것이리. 족히 부자夫子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이 항양보다 영해보다 더욱 더 심했던 게 아니겠소. (중략) 일찍이 놀리는 양으로 ‘만약 부인께서 죽는다면 내가 먼저 죽는 것이 오히려 더 낫겠습니다.’라고 계속 말했었지요. 부인께서는 이 입에서 나온 이 말에 크게 놀라 곧장 귀를 가리고 멀리 달아나려 하면서 듣고자 하지도 않았고요. 이는 진실로 세상의 부녀들이 크게 꺼리는 바이지만, 그 실상이야말로 이와 같음이 있으니 내 말이 다 희롱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었답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