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갚아야 할 원수>, 1985년, 목판화, 21.8×30.2cm, 전남대학교박물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조천호가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홍성담의 목판화작품이다. 광주의 비극이 담긴 채 전 세계로 알려진 영정을 든 아이 조천호의 사진은 어떤 살육 장면보다 절절하게 광주의 아픔을 전해주는 ‘5·18의 상징’이었다. 이를 목판화로 제작한 이 작품은 화면 가득 영정을 든 어린이의 모습을 채웠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어린이는 각져 치켜 올라간 눈썹, 부릅뜬 두 눈, 영정을 쥔 커다란 두 손 등에서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다. 더구나 그의 오른 손에 들려진 새총은 지금은 비록 새총을 들고 노는 어린이지만 이 새총이 훗날에는 진짜 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갚아야 할 원수’라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이의 슬픔과 함께 철모르는 어린이에게 가한 폭력의 무자비함에 대한 작가의 분노가 담겨 있다. 

『5월판화-개교48주년 기념 광주민중항쟁 20주년 기념전』, 전남대학교박물관, 2000.  

『5월판화-개교48주년 기념 광주민중항쟁 20주년 기념전』, 전남대학교박물관,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