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문명이라는 덫에 걸려든 불쌍한 노획물인 아마존 삼림 속의 야만인들이여, 부드러우면서 무기력한 희생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사라지게 한 운명을 이해하는 것까지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탐욕스런 대중 앞에서 사라진 그대들의 모습을 대신하는 총천연색 사진첩을 자랑스레 흔들어대는 요술, 당신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요술을 부리는 자들의 속임수에 넘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대중은 사진첩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그대들의 매력을 가로챌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대들을 파괴시켰다는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대중은 마치 신들린 것 같이, 이미 일찍이 그대들이 굴복당한 일까지 있는 역사 속에서 향수어린 식인 풍습을 추구하고 그 충동을 그대들의 환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고는 배기지 못한다.
미개지를 뛰어다니는 자들 중에서 백발이 다된 선배인 나는, 재밖에는 아무것도 손에 잡은 게 없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아니한가? 내 목소리만이 탈출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는 증언을 할 것인가? 신화 속의 인디언처럼 나는 대지가 허용하는 한도까지 멀리 가서 세계의 끝에 다다랐을 때, 생명과 물체를 향해 질문을 던져보고는 신화 속의 인디언 소년이 느꼈던 환멸을 알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