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슬픈 열대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기계문명이라는 덫에 걸려든 불쌍한 노획물인 아마존 삼림 속의 야만인들이여, 부드러우면서 무기력한 희생자들이여, 나는 그대들을 사라지게 한 운명을 이해하는 것까지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탐욕스런 대중 앞에서 사라진 그대들의 모습을 대신하는 총천연색 사진첩을 자랑스레 흔들어대는 요술, 당신들에 비해 보잘것없는 요술을 부리는 자들의 속임수에 넘어간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대중은 사진첩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그대들의 매력을 가로챌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대들을 파괴시켰다는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대중은 마치 신들린 것 같이, 이미 일찍이 그대들이 굴복당한 일까지 있는 역사 속에서 향수어린 식인 풍습을 추구하고 그 충동을 그대들의 환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고는 배기지 못한다.
미개지를 뛰어다니는 자들 중에서 백발이 다된 선배인 나는, 재밖에는 아무것도 손에 잡은 게 없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아니한가? 내 목소리만이 탈출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는 증언을 할 것인가? 신화 속의 인디언처럼 나는 대지가 허용하는 한도까지 멀리 가서 세계의 끝에 다다랐을 때, 생명과 물체를 향해 질문을 던져보고는 신화 속의 인디언 소년이 느꼈던 환멸을 알았던 것이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여행기이자 민족지적 보고서인 {슬픈 열대}의 한 절 ‘힘의 탐구’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서구 문명과는 유리된 야생적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문명에 의해 포획되고 점차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서구세계가 점차 비서구세계로 침투하면서, 문명의 때가 없는 순수한 ‘야만인’들이 사라져가고, 나아가 문명에 의해 조롱받는 현실을 보며 슬픔에 젖는다. 그 슬픔을 저자는 우울증적 사유로 표현해내면서, 사멸해가는 그들에 대한 민족지적 기록을 남긴다는 것, 그것이 인류학자의 숙명이라고 자각한다.  
레비-스트로스, {슬픈 열대}, 박옥줄 역, 한길사(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