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쳐다 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정태춘, 박은옥의 8집 앨범, [1992년 장마 종로에서]에 실린 박은옥의 노래 [양단 몇 마름]이다. 시집올 때 가져온 몇 마름의 양단을 고이고이 장롱 속에 넣어두고 결국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한국 어머니들의 한을 노래하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장롱을 열어보니 시집 올 때 가져온 몇 마름의 양단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며 슬퍼한다. 가사에는 표현되지 않지만, 멜로디와 박은옥의 구슬픈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죽은 어머니를 떠올리는 화자의 슬픔은 눈물로 표출된다. 슬픔은 풀리지 못하고, 삭이고 삭여 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