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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없는 장미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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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그래도 멸망까지는 가지 않는다면, 장래는 분명 학살자들이 예상 못한 것이 될 것이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다.
이것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사건의 시작이다.
먹으로 쓴 거짓이 피로 쓴 사실을 가릴 수 없다.
피의 빚은 반드시 같은 것으로 갚아야 한다. 그 빚은 갚음이 늦으면 늦을수록 이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상은 모두 빈 말이다. 붓으로 쓴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총에 맞아 청년의 피가 쏟아졌다. 피는 먹으로 쓴 거짓으로는 가릴 수 없으며, 먹으로 쓴 만가로도 취하게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위력으로도 짓누를 수 없다. 그것은 더 이상 속지도, 죽지도 않기 때문에!  
1926년 3월 18일 맨손으로 청원시위를 하다가 중국 정부에 의해 학살당한 청년들을 애도하며 루쉰이 쓴 {꽃 없는 장미}의 한 대목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정부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학살된 현실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 그는 글을 통해 그를 애도하지만, 그 글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비탄에 잠긴다. 그는 피는 먹으로 쓴 거짓으로는 가릴 수 없으며, 먹으로 쓴 만가로도 취하게 할 수 없다고 쓴다. 즉, 그들의 죽음이 어떤 야만적인 폭압 앞에서도 짓눌러질 수 없으며, 이를 통해 그 슬픔을 분노와 투쟁으로 이어가려 한다. 

[꽃 없는 장미](1926)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노신산문집}, 이욱연 편역, 도서출판 창(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