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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식인파티를 돕고 있습니다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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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 파티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는 잡아먹는 자도 있고 잡아먹히는 자도 있다. 지금 남에게 먹히는 자도 전에 다른 사람을 먹은 적이 있으며, 지금 먹고 있는 자도 언젠가는 남에게 먹힌다. 그러나 지금 저는, 제 자신이 이 파티를 돕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중국 잔칫상에 오르는 요리 중에 취하란 요리가 있지요. 새우가 푸들푸들 살아 꿈틀거릴수록 먹는 사람은 유쾌하고 흡족해 합니다. 저는 바로 이 취하요리를 거들고 있는 셈입니다. 성실하고 그러면서도 불행한 청년의 머리를 깨어나게 하고, 그 감각을 예리하게 해줌으로써, 만일 그들이 재앙을 당할 경우 곱절의 고통을 맛보게 하였고, 청년을 증오하는 자들로 하여금 깨어난 청년들의 배가된 고통을 감상하면서 쩌릿쩌릿 쾌감을 느끼게 한 것입니다. 빨갱이 토벌군이건 혁명가 토벌군이건 간에, 유식한 자들, 예를 들어 학생을 체포하면 노동자나 다른 비지식인들보다 훨씬 더 난폭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그들의 고통스런 표정을 감상하면서 한층 각별한 쾌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상상이 틀리지 않다면 저의 자가진단은 완전한 실증을 얻은 셈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저는 결국 아무런 할 말이 없음을 깨달았고,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글을 읽고 각성해서 혁명으로 나아갔던 젊은이들이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현실에 대한 루쉰의 비탄과 슬픔이 잘 드러난다. 그 슬픔을 저자는 편지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극심한 우울증에 사로잡혀 그는 비탄하고 있다. 비극적 현실에 그는 침묵하지만, 침묵이 현실을 바꾸는 것도 아니다. 
유항선생에 답하여, 1927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노신산문집}, 이욱연 편역, 도서출판 창(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