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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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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묻은 손바닥에
지난 십 년 고된 우리의 삶이 맺혀
쓰리다

이 하루나마
마음놓고 통곡하리라
아내의 죽음 위에 돋은
잔디에 꿇어앉다

왜 헛됨이 있겠느냐
밤마다 당신은 내게 와서 말했으나
지쳤구나 나는
부끄러워 우산 뒤에 몸을 숨기고

비틀대는 걸음
겁먹은 목청이 부끄러워
우산 뒤에 몸을 숨기고

소매 끝에 밴 땟자국을 본다
내 둘레에 엉킨
생활의 끄나풀을 본다

삶은 고달프고
올바른 삶은 더욱 힘겨운데

힘을 내라 힘을 내라며
오히려 당신이 내게 외쳐대는
이곳 국망산 그 한골짜기 서러운 무덤에
종일 구질구질 비가 오는 날

이 하루나마 지쳐 쓰러지려는 몸을 세워
마음놓고 통곡하리라 
신경림의 시, [비오는 날]의 전문이다. 비오는 날 아내의 무덤을 찾아가 죽은 아내와 교감을 나누는 시적 화자의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 시적 화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삶의 고달픔, 그리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의 힘겨움 때문이다. 아내의 무덤에 찾아와, 그는 통곡하지만, 슬픔, 고통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서러운 사자인 아내의 힘을 내라는 격려의 목소리를 듣고 지쳐 쓰러지려는 몸을 세워 마음 놓고 통곡이라도 하면서, 그 애환을 달래고 있다.  
신경림, [비오는 날], {女苑} 1977 
김현, [울음과 통곡], {김현문학전집 7: 분석과 해석/보이는 심연과 안 보이는 역사전망}, 문학과지성사(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