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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애(哀)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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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현대시세계}(봄, 1989)에 발표되고,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린 기형도의 시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면서도, 그 사랑을 빈집에 가둠으로써 그리움으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운 시이다. 시적화자는 그녀와 지냈던 짧았던 밤들, 겨울안개와 촛불들, 눈물들, 그리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에 이별을 고하면서 가엾은 자신의 사랑을 빈집에 가둠으로써 자신의 슬픔을 내면에서 삭이고자 한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1989)  
김현,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 한 젊은 시인을 위한 진혼가], {말들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