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나도 더럽고 질긴 육신이여! 녹고 또 녹아 차라리 이슬이 되어버려라. 하느님은 왜 자살을 금하는 법을 만드셨던가! 오! 하느님, 하느님!
세상만사가 나에겐 왜 이다지 지겹고, 맥 빠지고, 밋밋하고, 부질없이 보이는가!
아, 역겹구나! 역겨워!
이 세상은 잡초만 무성한 정원.
거기에는 무엇이든 마구 자라 열매 맺고,
거칠고 마구 자란 잡초만이 가득하구나.
어찌 이 지경이 되었지?
아버님 돌아가신 지 이제 겨우 두달!
아니,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 니오베처럼 온통 눈물에 젖어
가엾은 아버님의 시신을 따라갈 때 신었던
그 신발이 닿기도 전에,
나의 어머니가, 내 어머니가,
아버지의 동생과 결혼하다니….
아, 하느님! 분별력 없는 짐승일지라도
이보다는 더 오래 슬퍼했을 것을….
내 숙부와 결혼을?
아버님의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그자와 내 아버지의 차이는
나와 헤라클레스의 차이보다 더 크지.
채 한달도 못 돼 결혼을?
거짓 눈물의 소금기로 인해
충혈된 눈의 핏발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결혼을?
아! 너무나도 추악하고 재빠르구나!
그리도 빨리 근친상간의 잠자리로 뛰어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