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듯 싶다. 현실성 검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사랑하는 대상이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그 대상에 부과되었던 모든 리비도를 다 철회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물론 이런 요구는 당연히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또 그런 반발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랑하던 대상을 대신할 대체물이 보장되더라도 리비도적 입장을 포기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반발심이 너무 강하다 보면 현실에 등을 돌리는 일이 일어나게 되고, 환각적인 소원 성취의 정신병을 매개로 하여 예전에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그래도 현실에 대한 존중이 우세하게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그 현실의 명령을 그 즉시 따르지는 않게 된다. 말하자면 현실의 요구와 명령은 조금씩 조금씩, 많은 시간이 경과되고, 많은 에너지의 소비가 있고 난 뒤에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 슬픔의 작용이 완결된 뒤, 자아는 다시 자유롭게 되고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