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거쳐서 길은 황량의 도시로
나를 거쳐서 길은 영원한 슬픔으로
나를 거쳐서 길은 버림받은 자들 사이로.
나의 창조주는 정의로 움직이시어
전능한 힘과 한량 없는 지혜,
태초의 사랑으로 나를 만드셨다.
나 이전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뿐이니,
나도 영원히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두 희망을 버려라.
어느 문 꼭대기에 쓰인 어두운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말했다.
“선생님! 말뜻이 무섭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내 심정을 안다는 듯 말했다.
“여기서는 네가 가진 모든 불신과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내 너에게 말한 곳에 우리가 왔으니,
너 지성의 선을 잃은 자들,
그 비참한 무리를 보게 될 것이다.”
그가 평온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있었기에
나는 한결 안심이 되어
감추어진 것들 속으로 들어섰다.
한숨과 울음과 고통의 비명들이
별 하나 없는 어두운 하늘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를 처음 들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 끔찍한 얘기들,
고통의 소리들, 분노의 억양들, 크고 작은 목소리들,
그리고 손바닥 치는 소리들이
마구 엉켜 아수라장을 만들었고
회오리 바람에 휩쓸리는 모래알처럼
그 영원히 깜깜한 하늘에 떠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