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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펜하우어-고통

애(哀)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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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눈앞에 걸려 있던 미망의 베일, 개별화의 원리가 없어져서, 그 사람이 이미 자기와 남을 이기적으로 구별하지 않고, 남의 고통에 대해서도 자기의 고통을 대하는 것과 똑같은 관심을 갖고, 그리하여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여 남들의 많은 생명을 구원할 수 있다면, 자진하여 자기를 희생하려고 할 것이다. 그 결과 이러한 사람은 모든 존재자 중에서 자신의 가장 깊고 참된 자기를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들의 무한한 고통까지도 자신의 고통으로 생각하고, 전세계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에게는 어떠한 고통도 이제 자기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그가 보고도 진정시킬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모든 고통, 그가 직접 알고 있는 고통, 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통, 이 모든 고통들은 자신의 고통과 마찬가지로 그의 정신에 작용한다. 또한 개별화의 원리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은 자신의 기쁨과 슬픔의 변화를 안중에 두고 있지만, 앞에서 말한 사람은 이미 이러한 기쁨과 슬픔을 안중에 두지 않고 개별화의 원리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똑같이 그에게 가깝다. 그는 전체를 인식하고, 전체의 본질을 파악한다. 그것이 끊임없이 생멸하고, 헛된 노력을 계속하고, 내면에서 항쟁하고, 쉬지 않고 고뇌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고통을 받고 있는 인간이나 고통을 받고 있는 동물을 보고, 세계는 쇠퇴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개별화의 원리 자체가 고통이라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는 자는 기쁨과 슬픔의 변화에 얽매여 있다. 
쇼펜하우어, 권기철 옮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2008, 동서문화사, §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