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극계(劇界) 사람들은 연출자, 배우, 악사(樂士)를 비롯하여 의상, 조명, 무대장치를 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살림을 볼진대 인기유무, 수완여하를 불문하고 그들이 정말 자기를 위한 사람으로서 진실로 기쁜 시간이라고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야 극히 짧고 신산하며 눈물겨운 시간이 남보다 여간 길지 아니하다.
그들의 참말 기쁜 시간이라고는 오직 방금 행연(行演)하는 사이밖에 없으니 초저녁에 극장에 들어갈 때부터 그날 밤 최종막이 내리기 전까지 뿐이다. 관객이 물밀 듯 할 때 배부른 기쁨 박수가 우뢰같이 일어날 때 어깨가 높아지는 즐거움, 만장 관중에게 귀여움을 받을 때의 내로라하는 유쾌와 만족 이때만이 참 즐거움이 있고 남에게 선망도 받고 호강스럽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관객이 적기나 하고 극이 환영을 받지 못하면 그때 역시 한심하고 쓸쓸하기 짝이 없는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