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글을 쓰려고 붓을 들 때에는 形言할 수 없는 슬픔과 기쁨이 섞여 일어나 자연히 가슴이 답답하고 손이 떨립니다. 돌아봅시오. 여러분과 내가 사는 조선이 어디를 보든지 걱정거리만이 아닙니까. 산은 벌거벗어 해마다 바람, 비에 살이 깍입니다. 강은 물이 말라 젖과 기름이 흐르는 조전(祖傳)의 꽃동산이 사막이 되려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의 집은 남의 것과 같이 번쩍하지를 못하며, 여러분의 부형(父兄)은 남의 부형과 같이 돈도 지식도, 덕행도, 세력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학교는 남의 학교만 같지 못하며 여러분의 장난 터와 운동장도 남의 나라 소년들의 그것만 같지 못합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