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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쿠온크-흘러내리는 육신

애(哀)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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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온크는 무척 무뚝뚝한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석양 무렵에 잘 나타난다. 얼룩덜룩한 털로 덮인 가죽은 어찌 보면 그에게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이 동물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불행한 동물이다. 이 동물을 추적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울고 다니므로, 언제나 눈물 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게 되면, 혹은 사람들이 놀라게 하면, 이 동물은 눈물로 변해서 흘러내린다. 스쿠온크를 잡고자 하는 사냥꾼에게는 차갑고 달이 뜨는 저녁이 가장 좋은 때이다. 이때는 눈물이 천천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 동물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쿠온크의 울음소리는 주로 커다란 관목 아래에서 들려온다. 
스쿠온크는 보르헤스가 편집한 {상상동물 이야기}에 나오는 동물이다. 한 벌목꾼이 이 동물을 잡아서 자루에 담아 집에 도착하여 확인해보니 눈물과 거품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스쿠온크는 사람들에게 잡히거나 놀라면 ‘흘러내리는 눈물로 된 육체’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털로 덮힌 가죽 속에 ‘눈물로 된 육체’가 감추어져 있다고 하는 상징성은 이 동물이 계속해서 울고 언제나 눈물자국을 남긴다는 설명이 없다하더라도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불행한 동물’일 것임을 상상하게 한다. 스쿠온크의 육체성은 한 낮에는 흘러내렸다가 ‘차갑고 달이 뜨는 저녁’에 다시 견고해진다.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스쿠온크는 털로 덮힌 가죽 속에 ‘남은 상실의 흔적’을 담고 있는 동물이다. 털로 덮힌 가죽은 마치 ‘눈물(액체)’을 담고 있는 ‘용기(그릇)’와 같은 것이고, 가죽 안에 담겨 있는 ‘흘러내리는 눈물로 된 육체’는 간직해야 할 ‘보물’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릇(가죽)’에 담겨진 ‘보물(육체)’은 점점 휘발되어간다.
-스쿠온크는 자신의 육체가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눈물과 울음으로 파괴되어 가는 ‘상실의 존재’이다. 또한 차갑게 달이 뜨는 저녁의 시간에는 쉽게 포착되고 포획되어 존재지속을 박탈당하는 ‘좌절의 존재’이다.
흘러내리고 다시 얼어붙는 육체의 이 동물은 포획당할 때 커다란 관목 아래서 큰 울음을 운다.
스쿠온크는 ‘눈물이라는 이름의 피로 살고 있는 존재’이며, ‘슬픔이라는 자신을 잃고 눈물이라는 다른 존재로 파괴되는 비극적 존재’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외 지음, 남진희 옮김, {상상동물 이야기}, 까치, 1994. 
오규원, {가슴이 붉은 딱새}, 문학동네, 1996.
김경호,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