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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 이씨 제문[祭外祖母李氏文]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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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惟尊靈。生稟秀氣。性度淑眞。擇配宜家。禮敬如賓。憂以救疹。至誠感神。義動鄕鄰。聲徹紫宸。表厥宅里。流芳汗靑。中年晝哭。在疚煢煢。報善非祥。天道冥冥。勿謂冥冥。日監在玆。五福之首。實天所貽。鮐絞滿背。黃髮覆眉。我在孩提。鞠于外家。撫抱顧復。恩重山河。託以後事。視以寧馨。祖孫其名。母子其情。我徂京師。累于簪纓。嶺嶠阻隔。消息杳茫。我念倚閭。掛冠歸鄕。一室承顏。樂以忘憂。擬以終孝。萬事何求。天書再下。暫辭林丘。忽驚心痛。促駕回輈。訃音迓路。五內焚摧。我生不辰。風樹抱哀。惟一祖母。寤寐在懷。今又棄我。昊天何酷。歿未飯含。增余罔極。皇皇纔息。禮服已闋。先王定制。不敢踰越。此生已矣。沈慟終天。敬設薄具。以薦几筵。嗚呼哀哉。 
삼가 생각하건대, 존령께서는 빼어난 기운을 받고 태어나시어, 성품과 도량이 정숙하고 진실하였습니다. 어진 배필을 만나 집안을 화목하게 하고, 지아비를 손님 대하듯 공경하였습니다..... 중년에 지아비를 여의고 외로이 상중에 계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외가에서 양육을 받았습니다. 어루만져 주고 안아주며 길러주신 은혜는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었습니다. 장례, 제사 등 후사를 부탁하시니, 저를 총명하고 영특한 아이로 보셨습니다. 그 외형이야 외조모와 외손자 사이이지만, 그 정만큼은 어미와 자식 사이였습니다. 제가 서울로 올라가 벼슬에 매이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관령이 높이 가로막혀 멀어지니 소식마저도 아득해졌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외할머님이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실 것을 생각하여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임금의 l조서가 재차 내려와서 잠시 고향을 떠났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심통(心通)이 심해졌다는 소식에 놀라서 수레를 재촉하여 돌아오는 길에 올랐습니다. 도중에 부음을 듣게 되니, 오장이 타고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저는 때를 잘못 타고나서 부모를 일찍 여의는 슬픔을 안았습니다. 오직 외할머님 한 분만을 자나깨나 가슴속에 품고 있었사옵니다. 이제 마저 또 저를 버리시니, 하늘은 어찌 이리도 가혹하단 말입니까? 돌아가실 때 쌀 한 숟가락 입에 물려드니는 반함(飯含)도 못하여 드렸으니, 한없는 슬픔을 더할 뿐입니다.
... 이승에서의 인연은 이제 끝났을망정 침통한 마음은 영원할 것입니다. 공손히 약간의 제수를 차려서 영전에 올립니다. 아아, 슬프옵니다.
-조선 중기 문신인 이이(李珥, 1536-1584)가 임종도 지키지 못한 강릉의 외할머니를 그리면서 망자를 추모하는 슬픔을 제문에 표현하였다. 
이이(李珥), {율곡전서(栗谷全書)}권14, [제외조모이씨문(祭外祖母李氏文)] 
신해진 편역,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미학- 애제문}, 보고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