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애통합니다. 선하다고 해서 반드시 복을 받지도 않고 어질다고 해서 꼭 장수하지도 않으니, 하늘에 생을 마치게 하신지도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유별나서 저의 마음은 병이 있는 듯 합니다. 돌아보건대,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뒤에 태어나서 얼굴을 뵙지도 못했지만, 차차로 어버이를 따르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우러러 알고 있습니다.... 양주의 기슭은 선영에서 아주 가까우니, 이에 옛 무덤에서 이장하여 새로운 무덤에 합장하려 합니다. 영령께서는 영묘하여 어둡지 않고 밝으시니 또한 기쁘고 반갑게 응할 것인데도, 슬픔에 잠겨 허둥대다가 제문을 지을 겨를이 없었나이다. 다만 지극한 정성만 있다면 이승이든 저승이든 차이가 없을 것이니, 평생 두강주로 성하게 곁에서 따르겠나이다. 변변찮은 제물이라 여기지 마옵고 부디 강림하소서. 아아, 애통합니다. 적지만 흠향하소서.
-조선 후기의 문신인 유척기(兪拓基, 1691-1767)가 외할아버지 이두악(李斗岳)을 그리면서 망자를 추모하는 슬픔을 제문에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