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애통하옵니다. 이 소자가 어찌 차마 알을 하겠습니까? 이 소자는 아를 잃고 오직 큰아버님을 아버님처럼 여겼사옵니다. 지금 또 큰아버님을 잃었사오니, 이 소자는 장차 누구를 믿고 살아간단 말입니까? 큰아버님의 훌륭한 언행은 족히 한 집안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자는 어리석고 둔하여 능히 그것을 알고 배울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그 숨결과 호흡하는 기운을 통하여 오히려 밤낮으로 팔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서 만분의 일이라도 닮기를 바랐으나 이제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 소자가 어찌 차마 말을 하겠습니까?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윤증의 문인이었던 강재항(姜再恒, 1689-1756)이 부친처럼 의지하고 의뢰해오던 큰아버지 강찬(姜酇)이 돌아가시자 망자를 추모하는 슬픔을 제문에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