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애통하옵니다. 큰아버님은 그래도 소자가 온 것을 알고 계십니까? 소자는 7-8세 이전부터 일찍이 하루도 큰아버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또한 몇 개월 이상 그 곁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비록 열흘 정도일지라도 교외로 나가면 큰아버님께서는 반드시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으시다가, 집으로 돌아와 침상 앞에서 절을 올리면 입을 벌리시어 활짝 웃지 않은 적이 없으셨고, 이마를 어루만지며 기뻐하시고는 다시 떠나 갈까봐 걱정하셨습니다. 누가 3년 동안 헤어졌다가 천리를 분주히 달려와서 음성과 모습을 뵙고자 하는데도 까마득히 다시 뵐 수 없다고 이른단 말입니까? 아아, 하늘이여.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란 말입니까?
몇 해 전 겨울, 동곽(東廓)에서 송별연을 열었을 적에 ‘다녀올 길이 그리 멀지 않다’ 여기고 훗날에 만날 때가 있기를 손꼽아 기다렸거늘, 일찍이 영원한 결별이 이 날일 줄을 알지 못했습니다. 바삐 떠나느라 한 번 절한 뒤로 문득 영원히 결별하였으니, 이것은 소자의 죄입니다....
장례일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고 타향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상여를 아침 일찍 명하여 약속이나 있는 듯 곧장 길을 떠나니, 강호의 옛 들판은 우리 큰아버님께서 평소 즐기시던 곳입니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홍석주(洪奭周, 1774-1842)가 큰아버지 홍의모(洪義謨)의 부음을 듣고 상례에 참석하여 망자를 추모하는 슬픔을 제문에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