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소자는 못나고 어리석어 형편없었는지라 하늘로부터 죄를 얻어 20세가 되기도 전에 인자한 부친이 돌아가셨고, 또 10년도 되지 않아서 다시 아내가 죽었으며, 올해 나이가 33세입니다. 그리고 자식 하나도 없사오니, 맹자가 말한 천하에 의지할 데 없는 궁민(窮民)의 네 가지 가운데 남자와 관련된 세 가지를 소자는 진실로 다 갖추고 있으니, 근심 걱정을 하다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세상일에 다시는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불행히도 큰아버님께서는 갑자기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나시니, 제 마음은 천치마낭 만사에 의욕이 없었지만 마음에 간직한 오직 한 가지 생각은 항상 막내아버님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여 의지하고 우러러 뵙는 정성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이 실로 이전보다도 몇 곱절은 더 커졌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집을 옮기게 되면 아침저녁으로 모시고 기쁨을 함께 나누며 여생을 마치고자 한 것은 실로 소자가 평소 생각하여 계획한 것인데, 어찌 소자의 계획이 미처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예기치 않던 병으로 갑자기 천고에 길이 남을 한을 끼치신단 말입니까? 아득하고 아득한 푸른 하늘이여, 어찌 차마 이 같은 일을 하십니까?...
오호라! 막내아버님의 장례에 소자가 어머님 병환 때문에 갈 수가 없어서 마침내 부득이 글로 영결을 고하나이다. 지금 벌써 소상(小祥)이 닥쳐서 상복을 벗으려는 때에 비로소 정신을 수습하여 이 슬픈 마음을 고합니다.
-조선 후기의 율곡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이인 임성주(任聖周, 1711-1788)가 부친처럼 의지하면서 함께 모시고 살려고 했던 막내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하고는 슬픈 심정을 제문에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