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슬픕니다. 삼가 생각건대, 장인어른은 타고난 진실한 덕성과 세속을 뛰어넘은 고매한 행실을 지니시어 근본이 탄탄하고 몸가짐이 의젓하셨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 안과 밖이 서로 바르셨으며, 겉치레를 하지 않으시고 자신을 오로지 갈고 닦으셨습니다.... 아 소자가 어린 나이에 장가를 들어 스스로 사위되기에 부끄러워했습니다만 장인어른은 얼음처럼 맑고 깨끗하셨습니다. 알을 품에 안듯이 하셨지 배척하여 물리치지 않으셨고, 말없는 가르침을 주시니 마음이 저절로 주의하고 깨우쳤습니다. 진실하고 믿음성이 있는 말씀과 돈독하고 경건한 행실은 마음에 맹세하며 우러러 사모했거늘, 이제는 그마저도 끝이 났으니 만사가 구름처럼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초상을 당하여 장례지낼 때까지 병이 들어 몸소 달려오지 못했으니, 살아서의 정분을 죽은 뒤에 저버린 것 같아 부끄러워서 마음이 마치 우물에 빠진 듯합니다. 이제 와서 곡을 하고 절을 하자니 바람과 이슬이 차갑습니다. 그 옛날을 생각하노라면 슬픈 마음에 목이 맵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이 어린나이에 장가들었음에도 인자한 가르침을 주신 장인 성순(成純)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픔과 한탄을 제문에 표현하였다.
장인 성순의 사랑을 받았던 저자는 병으로 인해 장인의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못하였는데, 그러한 죄스러움과 한탄에서 비롯한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