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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 처사 유안재 이공 제문[祭外舅處士遺安齋李公文]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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嗚呼。小子年十六。入先生之門。于今二十六年矣。雖愚鹵顓蒙未能學先生之道。亦自以爲不至阿好以羞先生爾。今於先生卽遠之日。可無一言以攄其無窮之哀乎。嗚呼。以士沒身。世俗所恥。彼以卑賤。惡能識士。所謂士者。尙志得己。柳介莘囂。不過如是。由是觀之。沒身以士。亦云難矣。嗚呼先生。存沒不違士也。六十四年。善讀書者。積久光輝。溫乎發雅。樂飢若飽。守節如寡。孤不離群。貞不詭物。發言破鵠。制事截鐵。氷壺秋月。外內洞澈。陋世酸儒。恥士一節。夙刊客浮。晩韜英豪。視眞履坦。心降氣調。所性之外。不著一毫。墨則斯浣。稂豈不薅。曲肱飮水。繫馬千駟。旣無加損。士之一字。命有所定。時有所値。能辨此者。始識公志。嗚呼。梁木之哀。江漢之思。奠斝一慟。萬事已而。眉宇之寄。獨有庭芝。歡戚造次。庶共挈携。不忘偲怡。以報受知。嗚呼。昔日小婿。今亦白頭。從今未死。庶寡悔尤。維德之愛。 
오호라! 이 소자가 16세 때 선생의 가문에 사위로 들어와서 지금 26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비록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워 선생의 도를 잘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첨하여 선생을 부끄럽게 하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스스로 여깁니다. 이제 선생이 멀리 떠나시는 날에 한마디 말로써 끝없는 슬픔을 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아, 벼슬 없이 선비로 일생을 마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수치로 여기지만, 비천하다고 생각하는 저들이 어찌 선비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이른바 선비란 뜻을 높게 가지고 스스로 만족하나니, 유하혜(柳下惠)의 절개와 유신(有莘)의 자득도 이런 정도에 불과한 것이 옵니다. 이로써 보건대 선비로 일생을 마치는 것도 역시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 아아, 대들보가 꺾인 것과 같은 장인어른의 죽음을 슬퍼하고, 강한(江漢)으로 씻은 것 같은 장인어른의 고곃한 덕을 기려서 술잔을 올리며 통곡하노니, 만사가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어른의 모습을 빼닮은 한 두셨으니, 기쁘든 슬프든 잠시라도 부디 함께 손잡고서 서로 책선하고 화기애애하기를 잊지 않도록 하여 장인 어른께서 저를 알아주신 은혜에 보답케 하소서.
아아, 예전의 어린 사위가 이젠 백발이 된 바, 지금부터 죽기전까지 후회와 허물이 적기를 바라오니 오직 덕으로 사랑하시어 넌지시 도와주소서.
-조선 후기의 학자인 박지원(朴趾源, 137-1805)이 평생 처사로 살았던 장인 이보천(李輔天)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픔과 한탄을 제문에 표현하였다. 출사하지 못하고 평생 선비로 살았던 장인 이보천을 회상하면서 상실의 슬픔으로 인한 한탄의 정조가 보인다. 
박지원(朴趾源), {연암집(燕巖集)}권3, 공작관문고(孔雀館文庫), [제외구처사유안재이공문(祭外舅處士遺安齋李公文)] 
신해진 편역,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미학- 애제문}, 보고사,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