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신해년1671에 하늘이 재앙을 혹독하게 내려 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둘째 아버님도 또 돌아가셨습니다. 하루에 흉변이 갑자기 거듭 닥쳤으니, 언제나 그 때를 생각하면 속이 남 모르게 다 탑니다. 수십 년 세월 속에 거듭 크나큰 슬픔을 겪게 되어 한 집안의 어르신들 반이나 무덤으로 돌아셨습니다. 저승에서 단란하게 모이시어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리시겠지만, 저는 혼자 이승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근심을 참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우리 둘째 아버님은 타고난 자실이 걸출하셨으니, 남보다 출중한 지혜는 7-8세부터 지니셨습니다.... 중년에도 이르지 못한 나이에 요절하시니, 타고난 재주도 해박하셨는데 어찌 그리도 복이 없고 팔자가 사납단 말입니까? 천도가 어긋나는 것은 헤아릴 수가 없나니, 옛 무덤은 오래도록 누수에 침식되었습니다. 그래서 장지를 택하여 이장해야 하는데 어찌 조금이라도 소홀하겠습니까마는, 묏자리 잡기가 어려워 몇 년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형제들이 빽빽이 모여 신령스런 검들이 회합하는 듯 하고, 이장하는 일이 임박하자 친지와 손님들이 전부 모였습니다. 조출한 제수를 갖추어 술잔을 올리옵고 애통하는 글을 가지고 와서 곡을 하오니, 세월이 꽤 오래되었을지라도 애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더욱 간절합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송징은(宋徵殷)이 둘째아버지인 송광렴(宋光濂)의 무덤을 이장하면서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