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술년1694 2월 초하루에 외손자 안동 김창협은 삼가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갖추어 외할머니 숙인 경주김씨의 영전에 곡하고 제사를 올립니다.
... 지난날 소자는 귀신이 재앙을 내려서 피눈물을 흘리며 깊은 산속에서 3년 세월을 멀리 묻혀 있었사옵니다. 어찌 가고 싶지 않았겠사옵니까만 감히 근심과 걱정을 끼쳐드릴 수 가 없어서였사온데, 늙으신 연후에야 달려가 모셨던 것도 한두 번에 불과하였습니다. 병환 소식을 듣고 달려오니 이미 관이 덮어져 있었습니다. 한 번 통곡하고 나면 영영 그만일 터라 가슴이 막히고 애간장이 녹았건만, 병이 틈을 타고 더하여 빈소를 지키지 못하고 비웠사옵니다. 생각건대, 외할머님은 평생 사랑을 쏟아주셨건만, 백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했으니,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깊은 한스러움과 함께 지극히 슬퍼함을 어떻게 고해야 하겠사옵니까? 삼가 한 잔의 술을 올리나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김창협이 외할머니를 그리며서 망자를 추모하는 슬픔을 제문에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