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년 2월 을유삭(乙酉朔) 2일 병술에 둘째 오라비 창협(昌協)은 슬픔을 머금고 눈물을 참으며 죽은 누이 유인(孺人) 이씨(李氏) 부인의 영령에게 다음과 같이 영결을 고한다.
아, 슬프다. 네가 죽은 지 이제 벌써 석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참으로 망망하고 어리둥절하여 네가 죽어 귀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였지만, 염(斂)을 하고 관 뚜껑을 덮은 다음 달이 가고 철이 지나면서는 만사가 또한 이미 끝났으니 망망하던 마음이 시들 만도 하였다. 그런데도 자나 깨나 늘 네가 살아 있는 것만 같고 집 안을 드나들 때에는 늘 너와 마주칠 것만 같았다. 찾아도 찾지 못하고 나아가도 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기다리면서 늘 네가 다시 살아오리라고 생각하였으니, 어리석은 마음이요 헛된 생각에 마치 떠난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거나 잠든 사람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술을 빚고 밥을 지어 네 영전에 붓고 너를 곡하며 너와 영결하고 있으니, 이는 내가 모질게도 네가 죽어 귀신이 되었다고 여기고 더 이상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형제간의 정은 수족과 같은 것이라,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재주가 있거나 없거나 간에 사랑은 차이가 없다. 형제가 장수와 복록을 누리기를 그 누가 바라지 않겠으며 형제가 당하는 죽음과 곤액을 또한 그 누가 슬퍼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내가 너에게 느끼는 정은 실로 보통 사람의 정보다 갑절이나 깊은데, 그것은 네가 맑고 밝고 온화하고 순수한 아름다운 자질을 지닌 데다 이마가 도톰하고 볼이 복스러운 빼어난 용모를 지녔으며 효성과 우애가 타고난 품성에서 나오고 순하고 정숙함이 여인의 법도에 부합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아름다움을 갖춘 데다 우리 집안에 태어나기까지 하였기에, 너의 장수와 복록을 바라는 마음이 마치 계약서를 쥐고 아침저녁으로 빚을 독촉하거나 곡식을 심고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이와 반대로 되어, 부모를 끝까지 봉양하지 못하고 남편을 채 3년도 섬기지 못하였으며 살아서는 시부모에게 돌아가 뵙지 못하고 죽어서는 남겨 둔 어린 자식을 보전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당할 수 있는 지극한 슬픔을 모두 당하여 천하에서 가장 딱한 처지가 되었으니, 그 누가 너처럼 어진 사람이 이렇게까지 박한 운명을 타고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느냐. 하늘인가, 인간인가, 신령인가, 귀신인가? 너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가 누구란 말이냐? 슬프디슬프고 애통하디애통하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창협이 죽은 누이를 영결하면서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