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년 12월 임진삭(壬辰朔) 24일 을묘는 죽은 아우 탁이(卓而)의 소상 이틀 전인데, 이날 둘째 형 창협이 술과 음식을 간소하게 마련하여 전을 올리고 술을 부어 강신하고는 다음과 같은 제문으로 슬픔을 고한다.
아, 슬프다. 지난해 이날에는 너 아직 사람이더니 얼마 세월 지났다고 무덤에 풀이 묵나. 머물기 어려운 건 흐르는 세월 묵혀지지 쉬운 건 지나간 자취. 허나 탁자 잡고 노는 딸자식에게 너의 미목 흡사하게 물려주었고 반 묶음의 초고 속에 너의 정신 담겼으니 슬픈 심정 붙일 것은 오직 이 둘뿐. 하늘이 너에게 명하신 것이 이 정도에 그칠 리가 있겠는가만 순박하고 현명함에 대한 보답이 음험하고 사특한 기운에 밀려 한량없던 네 지혜가 짧은 명에 막히었네. 이와 같은 원한은 이승 저승 모두 같아 영원히 가셔지기 어려우리니 세월이 그 무슨 의미 있으랴. 이내 상복 벗는 지금 슬픔은 끝이 없고 이내 제문 짧으나 눈물은 하염없네. 너의 영령 있거든 내 술잔을 들거라. 아, 슬프다. 부디 흠향하거라.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창협이 죽은 아우인 막내 김창립의 소상일에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