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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아들의 생일에 쓴 제문[亡兒生日祭文]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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惟兒子崇謙旣亡之十日。卽十月二十九日也。老父因其婦家設酒食之奠。爲文以告哀曰。嗚呼。十九年前此月之晦。卽汝降生之辰也。其墮地喤喤。寢床而弄璋者。自今追憶。宛如昨日。而乃遽化爲異物。戢于一木。號呼求覓。不可復覿。此何爲也。此何爲也。余老無他子。汝又無子而死。孑然白首。遂爲天下窮獨人。此固人理之至痛。而乃余之刻骨深慟。愈往而愈酷者。尤以汝才質之可惜。豈獨爲父子之私也。汝生而岐嶷英特。絶異凡兒。及長。風標秀偉。巋如玉山。古所謂階庭芝蘭者。殆不足以比擬。而若其心事之正直。胸懷之灑落。氣象之開豁。志節之慷慨。尤不類衰末人物。余生世五十年。閱人亦多。而目中罕見有如汝者。常謂天之生汝。當不偶然。必將大有樹立。以爲王國之需。不止爲一家門戶光而已。豈謂其一無所成而遽死於今日耶 
아들 숭겸(崇謙)이 죽은 지 열흘째 되는 날이 바로 아들의 생일인 10월 29일이다. 늙은 아비가 며느리 집에서 술과 음식을 마련해 전(奠)을 올리는 기회에 다음과 같이 제문을 지어 슬픔을 고한다.
아, 19년 전 이달 그믐날은 바로 네가 태어난 날이다. 태어나자마자 우렁차게 울고 침상에서 놀던 네 모습을 지금 추억해 보면 어제인 듯 또렷한데 갑자기 죽어 신주에 이름만 남긴 채 아무리 부르고 찾아봐도 다시는 볼 수가 없으니, 이 어찌된 일이냐, 이 어찌된 일이냐. 나는 늙어 다른 자식이 없고 너도 자식 없이 죽어 버려서 나는 결국 혈혈단신으로 머리가 허옇게 센 채 천하의 외로운 사람이 되고 말았으니, 이야말로 인간사의 지극히 애통한 일이다. 그렇지만 내가 뼈를 깎는 슬픔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너의 재주와 자질이 아깝기 때문이니, 그 어찌 부자간의 사사로운 정일 뿐이겠느냐.
너는 나면서부터 총명하고 영특하여 보통 아이들과 매우 달랐고 자라서는 준수한 풍채가 옥산(玉山)처럼 빼어났으니, 옛날의 이른바 ‘뜰의 지란(芝蘭)’이라는 것도 너에게 비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정직한 심사(心事), 해맑은 흉금, 활달한 기상, 강개한 지조와 절개는 더욱 쇠한 세상의 사람들과 같지 않았으니, 내가 50년 동안 세상을 살며 많은 사람을 보아왔지만 너 같은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나는 늘 ‘하늘이 너를 낸 것이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필시 장차 큰 인물이 되어 나라에 쓰일 것이지 한 집안을 빛내는 정도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는데, 하나도 이룬 것이 없이 오늘날 갑자기 죽을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느냐.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창협이 죽은 아들 숭겸의 생일에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  
김창협(金昌協), {농암집(農巖集)}권30, [망아생일제문(亡兒生日祭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