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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딸 이씨(李氏) 부인에 대한 제문[祭亡女李氏婦文]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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維歲次癸未三月丙午朔初七日壬子。亡女李氏婦之柩。將自漢師寓所。靷而浮江。歸于驪州之舅家。前二日。其老父泣涕。爲文瀝酒。長嘷而送之曰。嗚呼。汝又死乎。汝又死乎。汝妹汝弟之相繼棄父母死者幾時。而汝又死乎。汝之得疾。已五年矣。前後易醫數十。用藥以百數。而卒無一效。然余尙意汝之或不死也。而汝今竟死乎。汝生質甚美。淸明泂澈。表裏無瑕。警敏聰慧。絶出倫類。至其孝順友悌。則自幼及長。無一毫咈親意而忤同氣。其正直通達。則凡世俗婦女一切偏私暖姝之態。絶無有焉。若是者。可謂難矣。然而氣之淸者。其數多不長。才之秀者。其蓄或不厚。而仁心善行。類不獲見祐於天。此吾所已驗於汝妹汝弟者也。豈謂汝之獨不然。而猶意其或不死者。何也。始汝之疾方劇。而汝妹娩子。七日遽死。汝弟又暴疾。五日遽死。夫憂方在汝。而所不憂者二兒遽死。死生之不可知如此矣。汝之疾雖劇。而亦安知其卒不瘳。此余意汝之或不死也。且禍患之來。宜有其極。余雖罪惡深積。而天旣以數月之間。奪其二兒而後嗣遂斬焉。則其爲罰已酷。而亦足以懲其惡矣。豈宜復夭汝命。此余意汝之或不死也。余之所自忖於其中者旣如此。而汝亦屢經危域。綿延不絶。以至累歲之久。則益復意汝之終不死也。豈謂汝竟欺我而死矣。 
계미년 3월 병오삭(丙午朔) 7일 임자에 죽은 딸 이씨 부인의 널이 서울의 머물던 곳에서 발인하여 강을 건너 여주(驪州)의 시댁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그 이틀 전에 늙은 아비가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글을 지어 고하고 술을 뿌리며 통곡한 뒤에 전송하는 바이다.
아, 너마저 죽었느냐, 너마저 죽었느냐. 네 여동생과 오라비가 잇달아 부모를 버리고 죽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너마저 죽는단 말이냐. 네가 병에 걸린 지 이미 5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의원을 바꾼 것도 수십 차례이고 약도 온갖 것을 다 써 보았지만 끝내 조금도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네가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결국 죽고 말았단 말이냐. 너는 타고난 자질이 매우 아름다워, 정신이 맑고 환하여 안팎으로 흠이 없었으며 민첩하고 총명함이 특출하게 빼어났다. 효성과 우애로 말하면 어려서부터 자라서까지 털끝만치도 부모의 뜻을 거스르거나 동기간에 불화한 적이 없었고, 정직함과 사리에 통달함으로 말하면 세속의 부녀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편벽되고 사사롭고 자만하는 태도가 전혀 없었으니, 이와 같은 됨됨이는 세상에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氣)가 맑은 사람은 대체로 장수를 누리지 못하고 재주가 빼어난 사람은 체질이 튼튼하지 못하여, 인(仁)한 마음과 선한 행실은 대체로 하늘의 보우(保佑)를 받지 못한다. 이는 내가 이미 네 여동생과 오라비의 경우에서 증험한 것이니, 내 어찌 너만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겠느냐. 그런데도 네가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째서이겠느냐.
처음 네 병이 한창 심해질 때에 네 여동생은 아이를 낳은 지 7일 만에 갑자기 죽고 네 오라비는 또 갑자기 병이 들어 5일 만에 급작스레 죽고 말았다. 근심이 한창 너에게 쏠리고 있을 때에 도리어 걱정하지 않았던 두 아이가 갑자기 죽었으니, 삶과 죽음은 이처럼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네 병이 심하기는 하나 또한 어찌 끝까지 낫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가 있었겠느냐. 이것이 내가 너는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그리고 재앙이 닥치는 것은 그 끝이 있기 마련이다. 내 비록 죄악이 많이 쌓이기는 하였으나 하늘이 이미 수개월 사이에 두 아이를 빼앗아 가 후사(後嗣)가 끊기고 말았으니, 벌이 이미 혹독하고 나의 죄악을 징계하기에도 충분하였다. 그런데 어찌 네 수명마저 짧게 끊어버릴 리가 있었겠느냐. 이것이 내가 너는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내가 그 와중에 스스로 헤아려 본 것이 이와 같았고 너도 여러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면면히 숨이 끊기지 않고 여러 해를 견뎌 왔으니, 나는 더욱 네가 끝내는 죽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 네가 마침내 나를 속이고 죽을 줄 알았겠느냐.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창협이 이태진의 아내이자 자신의 둘째 딸이 죽자 발인에 즈음하여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 
김창협(金昌協), {농암집(農巖集)}권30, [제망녀이씨부문(祭亡女李氏婦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