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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녀 이씨 부인에 대한 제문[祭姪女李氏婦文]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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維歲次辛巳三月戊子朔。初四日辛卯。仲父略具酒果米食之莫。寄祭于姪女李氏婦之靈。嗚呼。去歲是何歲哉。三月至七月。百有三旬。而汝與吾女死。七月至十月九十餘日。而崇兒又死。嗚呼。禍變之洊酷。世間寧有是哉。汝父無他子女。唯汝一人。吾雖多女。吳女固所鍾愛。而其爲男子者。亦唯崇兒一人。人之喪子女者何限。而豈復有吾與汝父之情哉。夫以汝仁厚和順。德器淳重。宜可以膺受多福。而卽吾女與吾兒。亦定非夭札薄命者。若以爲父母餘殃。則汝父之賢。不宜有此。雖吾亦自省。平生無甚得罪於神明者矣。然而至此極者。果何爲也。果何爲也。吾與汝父。旣白首窮獨。無復有生世之趣矣。獨未知汝輩所歸者何處。而其得相聚游樂。一如人世間。不落莫否。抑且顧慕父母。不能忘情。而畢竟同歸一處。不永離絶否。若是則生者與死。皆可以無恨。而神理冥昧。又孰能測度耶。嗚呼其可哀也。 
신사년 3월 무자삭(戊子朔) 4일 신묘에 중부(仲父)는 술과 과일, 쌀밥 등의 전(奠)을 대략 갖추어 보내어 질녀 이씨 부인의 영전에 제사를 올리게 하는 바이다.
아, 지난해는 그 무슨 해였단 말이냐. 3월부터 7월까지 130일 사이에 너와 내 딸이 죽고 7월부터 10월까지 90여 일 사이에 내 아들 숭겸(崇謙)이 또 죽었으니, 아, 세상에 어찌 이렇게 혹독한 화변(禍變)이 거듭 닥치는 경우가 또 있겠느냐. 네 아버지는 다른 자녀가 없이 오직 너 하나뿐이었고 나는 비록 딸이 많기는 하나 오 서방의 처가 실로 사랑을 독차지했었으며 아들은 숭겸 하나뿐이었으니, 자녀를 잃은 사람이 세상에 어찌 한량이 있겠느냐마는 나와 네 아버지처럼 애통한 경우가 또 어디에 있겠느냐.
너는 인후(仁厚)하고 화순(和順)하며 덕기(德器)가 순후하고 장중하여 많은 복을 받아 마땅하였고, 내 딸과 내 아들도 요절할 박명을 타고날 애들은 분명 아니었다. 만일 부모가 쌓은 재앙 때문에 요절했다고 한다면, 네 아버지는 어질어 그런 것이 있을 리 없고 나도 스스로 돌아볼 때 평소 신명에게 별로 죄를 지은 것이 없다.
그런데도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이란 말이냐, 과연 무엇 때문이란 말이냐? 나와 너의 아버지는 노경에 자식 잃은 아비가 되어 더 이상 세상에 살 맛이 없어지고 말았다.
다만 너희들이 어디로 돌아갔는지 알 수 없으나, 인간 세상에서처럼 함께 모여 놀며 쓸쓸하지 않게 지내고 있을지, 그리고 지금은 부모를 돌아보며 그리는 정을 잊지 못하겠지만 결국에 가서는 한곳으로 돌아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게 될지 모르겠구나. 만약 그러하다면 산 자와 죽은 자가 다 유감이 없겠으나, 귀신의 이치는 캄캄하니 또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느냐. 아, 슬프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창협이 이망지에게 시집간 다섯째 동생 김창즙의 딸인 조카딸이 21세로 죽자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창협(金昌協), {농암집(農巖集)}권30, [제질녀이씨부문(祭姪女李氏婦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