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돌아가시고 나서 철이 문득 세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망망한 천지에 홀로 남아 어찌하란 말입니까. 천만 가지 사사로운 회포는 많고 많아 이루 다 쓸 수가 없고 이제 다만 공론만을 취하여 감히 제문을 지어 올립니다.
생각건대 영령의 재능과 덕성은 하늘이 뜻이 있어 낸 것 같았는데 끝내 세상에 남겨 두지 않았으니 대체 무슨 까닭이란 말입니까. 사문의 지결을 누굴 시켜 넓힐 것이며, 홍범(洪範)을 부연(敷衍)하는 일은 누구에게 하게 할 것입니까.
또한 세상일을 잊지 않아 진실로 나라의 기둥이셨으니,
자나깨나 형님은 나라 걱정하여 훌륭한 정치 이루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지난겨울 수비에서는 대엿새를 모셨는데 밤새워 다정히 나눈 이야기는 은둔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의당 나랏일을 함께 도와서 큰일을 이루리라 여겼습니다. 저만 홀로 막막하게 남게 될 줄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아아, 슬픕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이현일(李玄逸)이 스승처럼 생각했던 8살 손위의 둘째 형 존재(存齋) 이휘일(李徽逸)의 묘를 옮기는 과정에서 먼저 세상을 하직한 망자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