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嘉靖) 39년 경신년(1560, 명종15) 3월 7일에 후학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은 삼가 술과 과일로써 얼마 전 작고하신 하서 선생의 영전에 전(奠)을 올립니다.
아, 선생께서 이 지경에 이르셨단 말입니까. 은미한 말은 장차 누가 그 단서를 찾아내며, 후학들은 장차 누가 깨닫게 해 주겠습니까. 심하도다. 우리 도(道)의 쇠퇴함이여! 세상에 어찌 다시 선생 같으신 분이 있겠습니까.
제가 병으로 귀향할 때에 선생께 의지하여 의혹을 조금이나마 제거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갑자기 이 지경에 이를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찌 하늘도 이처럼 믿을 수 없단 말입니까. 아, 선생께서 이제 진택(眞宅)으로 돌아가셨으니, 종유하던 즐거움과 사모하던 생각도 이제는 다 끝나고 말았습니다. 어찌한단 말입니까. 삼가 한 잔 술을 올려 영결(永訣)을 고합니다. 아, 애통합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기대승(奇大升)이 인근 장성에 살던 하서 김인후(金麟厚)가 죽자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을 제문으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