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슬프다. 우리 선비께서 동원(東原)에 안장된 지 22년 만에 선부군께서 우리들을 버리고 별세하였다. 그리하여 장차 그해 3월 경신일에 장례하여 쌍분(雙墳)을 만들려고 했는데, 땅을 파자 물이 나와 마침내 유인의 묘 위 5, 6보 되는 곳으로 옮겨 묏자리를 잡고 장례를 마쳤다.
아들들은 선비를 모신 곳이 좋은 땅을 얻지 못함을 서글퍼하여 애통함이 뼛속에 사무쳤으므로 즉시 옮겨 모시기로 상의하였으나, 빈궁하여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마침내 금년 3월 경신일에 부군의 묘 옆에 옮겨 모셨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기대승(奇大升)이 어머니의 묘를 작고한지 22년 만에 부친의 묘에 합장하면서 느끼는 불효의 죄책과 슬픔을 묘기(墓記)로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