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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과 혁명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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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국의 「우상의 눈물」과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우상’, ‘영웅’과 ‘아이들’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곧잘 비교의 대상이 되었다. 「우상의 눈물」에서 담임선생님은 같은 교실에서 1년 동안 함께 살아갈 학생들에게 중대한 메시지를 선언한다. “이제부터 66명이 운명을 함께 하는 역사적 출항을 선언한다.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나 이탈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이 시간 분명히 밝혀 둘 것은 우리들의 항해를 방해하는 자, 배의 순탄한 진로를 헛갈리게 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전정할 때 역행 가지를 잘라버려야 하듯 여러분의 항해에 역행하는 놈은 여러분 스스로가 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1년간의 일사불란한 항해를 위해서는 서로 사랑과 신뢰로써 반을 하나로 결속하는 슬기를 보이는 일이다.” (전상국, 「우상의 눈물」) 선생님의 말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이제 막 역사적 출항을 시작한 운명공동체라는 것이다. “자율”이라는 낱말을 좋아하는 선생님은 한 사람의 낙오자와 이탈자가 없는 항해를 꿈꾼다. 또 선생님은 일사불란한 항해를 하기 위해서 “항해에 역행하는 놈”은 우리들 “스스로”가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생님은 학생들 스스로가 배의 선장이 되어 66명이 탄 배가 1년 동안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사랑과 신뢰”를 당부한다. 이 항해를 막은 사람은 낙제하여 유급된 문제아 불량학생 ‘기표’다. 그러나 아이들은 사랑으로 기표와 같은 악마를 보듬는다.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은 집안의 형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준다. “그러한 순수한 악마만이 신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에 신은 마음 속으로는 괴로운 거야. 그렇기 때문에 신은 결코 악마를 영원히 추방하지 않아. 항상 곁에 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에 그것을 이용할 뿐이야.”(「우상의 눈물」) 기표와 같은 악마 같은 존재가 있어서 아이들의 사랑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학급의 스파이”인 이유대는 가난한 기표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기표는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우상의 눈물은 우상보다 더 무서운 세상과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해준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서울에서 전학 온 병태가 엄석대의 질서 하에 놓인 시골의 교실로 들어온 후 겪게 되는 이야기다. 병태는 “갑자기 던져지게 된 그 환경의 지나친 생소함에서 온 어떤 정신적인 마비와, 또한 갑자기 나를 억눌러 오는 그 질서의 강력함이 주는 위압감”에 괴로워한다. 무엇보다 그 교실이 병태에게 끔찍하게 낯선 곳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다시 한 번 어른들 식으로 표현한다면, 불합리와 폭력에 기초한 어떤 거대한 불의가 존재한다는 확신”(「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때문이다. 병태는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어른들 식으로” 표현하고 해석한다. 어른들 식으로 표현한다면, 어리석은 다수 혹은 비겁한 다수에 의해 짓밟힌 내 진실이 무슨 모진 한처럼 나를 버텨나가게 해준 것이었다. (…) 다시 어른들 식으로 표현하면, 새로운 급장 선거에서 기권표를 던질 때만 해도 머뭇거리던 내 시민 의식은 오래잖아 자신과 희망을 가지게 되고 자유와 합리에 대한 예전의 믿음도 이윽고는 살아났다.(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래서인지 병태는 어른들의 방식으로 석대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한 책략을 세운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석대에게서 반 아이들과 담임선생님을 떼어내기 위해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어렵게 고안한 책략이 바로 눈물이다. 그러나 석대가 등장하자 눈물은 “얼마 전의 책략 따위는 까맣게, 잊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진짜 눈물”로 바뀐다. 병태의 ‘진짜 눈물’을 확인한 후 석대는 너그러워진다. 영웅 석대의 질서는 점점 무너진다. 이것은 물론 다수의 아이들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새 담임에 의한 결과다. 그럼에도 병태가 “굳이 혁명이라고 표현한 것은” “석대의 질서를 무너뜨린 힘과 의지는 담임선생님에게 빚졌어도 새로운 제도의 질서를 건설한 것은 틀림없이 우리들 자신의 힘과 의지였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는 자부심에서다. 이 자부심은 4․19 전후의 상황과 겹치면서 역사적 맥락을 획득한다. 이 자부심과 함께 한 가지 확인해 둘 점은 병태의 시선이다. 병태는 “어른들 식으로 말하면 합리와 자유”에 길들여진 눈으로 엄석대와 아이들의 세계를 바라본다. 그런 병태는 석대의 질서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 자신의 태도를 다른 아이들의 그것과 구별 짓는다. 거기에는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식의 자부심이 숨어 있다. 어른-아이의 눈을 가진 병태의 시선이 내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것은 「우상의 눈물」에서 화자 이유대가 보통의 아이들이 지닌 불합리함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과 다른 점이다. 위에서 본 세 편의 소설은 모두 교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교실은 학교 바깥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할 공간이다. 그러나 교실의 안과 밖, 학생과 교사, 아이와 어른 등으로 양분하는 도식이 지닌 문제점들에 대한 섬세한 질문은 이 소설들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  
 
한순미, <지울 수 없는, 학교>,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79-82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7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