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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의 강자가 지닌 폭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애(哀)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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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이후 소설 속의 학교는 한국전쟁, 4․19에서 유신독재를 거쳐 오월광주로 이어지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함축한 알레고리적 공간으로 등장하였다. 교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학교 바깥의 사회현실이 겪고 있는 문제적 상황을 환기시키는 매개적 장치가 되었다. 이런 문법을 공유한 작품으로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1972),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1980),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관해 설교한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자세를 익히는 중이다. “혼자서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면 여럿이서 고쳐줘야 해요. 그냥 모른 체하면 모두 다 함께 나쁜 사람들입니다. 더구나 공부를 잘한다거나 집안 형편이 좋은 학생은 그렇지 못한 다른 친구들께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 “여럿이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선생님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 태도와 타인을 배려하는 윤리와 정의를 역설한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을 실천할 줄 알았던 반 아이들은 급장 영래의 횡포에 대항하여 그의 폭력을 무너뜨린다. ‘교실에서’, 다수의 약자가 힘을 결집하여 소수의 강자가 지닌 폭력에 저항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교훈이 실현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말 다수의 약자가 힘을 모아 소수의 강자가 지닌 폭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소수와 다수,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항상 후자가 승리할 수 있었다면 역사 속에서 혁명이 완성되지 않았던 때는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의문들이 연달아 생각나지만, 형이 ‘아우를 위하여’ 쓴 당부의 편지니까, 이해할 수 있다. 
 
한순미, <지울 수 없는, 학교>,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77-78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7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