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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난 구멍 메우기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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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운명 차원에서 볼 때 과거는 결코 완전히 극복되기 힘들다.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형제들 사의의 다툼과 이별은 자신과 친지들에게는 절대적인 것이다. 깊게 패인 상처와 그 슬픔들은 결코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위로와 애도뿐일까? 우리는 우리의 현재가 결코 최후의 진실이 아님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은폐 왜곡되거나 조작된 과거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개개인이나 공적인 차원에서 반성적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찰의 계기로서 슬픔은 유용할 수도 있다. 물론 개인적 국가적 슬픔을 치유하지 못했을 때에는 개인의 인격적 파탄은 물론이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인간을 파괴하는 기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슬픔을 억압할 필요는 없다. 슬픔은 우리의 시선을 내면 깊은 곳으로 돌려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자기성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단과 전쟁을 도구로 삼아 다시는 이념간의 대립을 복구해서는 안 되고, 전쟁의 참상을 특정 목적으로 콘텍스트화해서도 안 된다. 전쟁이 남긴 상흔의 골은 깊고 그런 만큼 슬픔도 크다. 공자는 “백성은 물이고 군주는 배”라고 하였다. 물은 배를 띄워 큰 바다와 미래를 향해 순항하게 할 수도 있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반면에 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물에 의지할 뿐이다. 소중한 개인과 가족은 물이요 국가는 물에 의지하는 배일뿐이다. 물은 언제든지 배를 뒤집을 수 있음을 역사는 보여준다. 분단에 이은 전쟁의 참상, 형제 부자간의 이산, 극단적인 이념대립 등으로 야기된 슬픔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그 상처를 메우기 위해 이제 우리는 민족중흥보다는 ‘민족평화’의 역사적 사명을 짊어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다짐해야 할 것 같다. 그런 후에라야만 민족중흥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그 실현은 민주주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숙에 달려 있지 않나 싶다.  
 
김창규, <분단과 전쟁의 상흔>,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75-76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75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