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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념을 넘어 휴머니즘으로

애(哀)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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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이념이라는 거대 담론체계 속에서 전쟁이 아니라 그것과 다른 기층 민중의 삶의 차원에서 전쟁의 의미와 경험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보여준다. 민족과 이념의 그늘에 가려 볼 수 없었던 소외된 주체, 또 차별화되고 배제되었던 주체나 상황 등에게로 시선의 전환을 유도한다. 개인, 가족, 형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중요한 점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는 국가애나 민족애보다는 형제애를 그린다. 영화 평론가 허문영은 다음과 같이 평한다. “주인공은 공동체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가족에 헌신하는 멜로의 영웅이며 동시에 전쟁영웅이다.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해서라지만 그는 전장에서 누구보다 유능하고 잔혹하다. 그런데 이 영웅은 위험하다. 조국의 승리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동생을 위해 공동체에 봉사했으나, 동생이 아군에 죽었다고 판단하게 되자 그는 적진에 가담해 인민군 영웅이 된다. 그를 결국 되돌리는 건 역시 조국과 상관없는 형제애였다.”(김기봉, 「역사를 통한 역사교육」 <<역사교육>> 97)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태극기 휘날리며>가 더욱 의미 있어 보인다. 곧 영화는 형제애와 가족애라는 새로운 시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화에 뒤떨어진 대부분의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국가건설 혹은 예외주의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소중한 가치는 잠시 유보했다. 대신 국가와 민족에 대한 봉사와 희생을 강요했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의 소중한 생명과 가족보다 더 우선할 수는 없다. 영화의 주인공 진태에게 동생 진석은 가족의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래서 형 진태는 오직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구두를 닦았으며, 진석이 전쟁에 동원되자 그 또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다. 동생을 전쟁터에서 빼내기 위해서 진태는 태극무공훈장을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진태는 싸웠고, 동생이 죽었다고 하자 적군에 가담하여 싸웠다. 진태에게 한국전쟁은 동생과 가족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국가가 버리고 간 민중은 생존을 위해 부역하고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 그런데 도망가다 다시 돌아온 국가는 그들을 빨갱이라고 처단했다. 그렇다면 국가가 왜 존재하고 누구를 위한 국가인가? 국민 개개인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고 지켜주는 것이 국가라고 늘 배워왔으며, 이런 국가에 늘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해 왔다. 전쟁은 끝났지만 동생 진석에게 형의 죽음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비단 진석만의 슬픔일까? 이로써 보면 우리의 전쟁과 그 슬픔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또 다른 영화 <쉬리>에 등장하는 남파간첩들은 잔혹하게 훈련받은 살인기계들처럼 나오지만, 이 영화는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이유를 설명한다. 남북한의 정상이 관람하는 축구 경기가 마치 민족의 축제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남파간첩은 북한의 빈곤한 현실과 남한의 경제적 간극을 언급한다. 풀뿌리로 연명하는 북한의 현실과 햄버거와 치즈에 익숙한 남한 사회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오히려 전쟁이 그들에게 낫다는 절규는 전쟁이 과연 끝났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 주인공들의 슬픔은 곧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고 또 지울 수 없는 슬픔의 편린들이다. 우리들은 분단과 전쟁이 낳은 슬픔들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가? 당장에 치유책은 없다. 다만 우리가 꿈꾸어야 할 세상이 무엇인지를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제시한다. 동막골이라는 가상세계에 모인 국군, 미군, 북한군이 주민들과 함께 이념을 넘어선 휴머니즘을 구현해 낸다. 이데올로기를 담은 영화는 입장에 따라 편이 갈라지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영혼에 호소하는 휴머니즘 영화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관객의 호응을 얻는다. 곧 이데올로기를 매개로 한 적과 친구의 공동체가 아니라 인간애를 매개로 해서 인류의 평화 공동체가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세계는 꿈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꿈을 꾸기에 고통스런 삶의 무게를 견디어 낸다.(김기봉, 「역사를 통한 역사교육」) 분단과 전쟁으로 패인 상흔은 깊고 그 슬픔들은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다. 국가권력과는 달리 최근의 영화들은 슬픔의 패턴에 변화를 주고 그 치유가능성으로서 휴머니즘을 제시한다. 이제 우리는 이념적 잣대에 의한 차별과 배제를 배제하고 인간애에 입각한 공동체적 이상을 구현해 내야 한다.  
 
김창규, <분단과 전쟁의 상흔>, <<우리시대의 슬픔>>,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72-75쪽.  
정명중 외저, <<우리시대의 슬픔>>, 감성총서 7,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3. 
  [감성총서 제7권]우리시대의 슬픔, 72페이지    E-BOOK 바로가기